마을 어귀에 놓인 돌
2023




마을의 쭉 뻗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경로당 건물 뒤편 버려진 공간에 유난히 커다랗게 보 이는 나무 하나가 덩그러니 서 있다. 주변 건물이 높지 않은 탓에 혹은 퍼런 나무 한그루 없는 도로 탓일지도 모른다. 특별히 아름답거나 오래되지 않은 평범한 나무지만 오래된 마 을을 지키는 수호목처럼 느껴진다. 이곳 남촌마을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인천 곳곳에 신기루처럼 생겨나는 커다란 신도시들이 어느새 인천을 대표하는 도시가 되 었지만, 그들의 방향과는 반대로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이곳 주민들이야말로 남촌마을을 굳건히 지키는 나무 같았다. 마을 주민들처럼 어쩌면 너무 익숙해져서 무뎌진 것들, 그래서 별거 아니게 되어버린 것들 을 지켜내고 그것들을 통해 새로운 장소를 만들고자 한다. 묵묵하게 이 자리를 지킨 나무를 중심으로 외부공간을 연결하고 주민들과 어르신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올 외부인들이 정겹 게 뒤엉키는 모습을 생각했다.

오래된 마을에 새로 짓는 건물이 주변과 어우러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을의 건물과 비슷하게 짓더라도 되려 어색한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이미 오랫동안 그 자리에 지키면서 주민들에게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꽃창작소는 주변과 어우러지기를 염원한다. 주변의 형태나 색을 따라 하여 억지로 마을의 모습을 흉내를 내기보다는 덤덤한 형태, 단순 한 오프닝 그리고 튀지 않은 재료들로 새로운 배경이 되고자 한다. 배경이 되는 건축 안에 주민들을 위한 기능들이 가득하게 되면 어느새 주변과 어우러질 거라고 믿는다. 주민들이 마을 어귀에 오래된 나무 아래 앉아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눌 때 묵묵히 이야기를 엿듣던 정겨운 돌들을 상상하면서, 이곳 희망꽃창작소는 주민들이 안밖으로 자유롭게 움직 이고 어디서나 모여서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내,외부공간을 계획했다.